영풍 VS 고려아연 자사주 갈등…또 다른 화약고 되나
배당 대신 자사주 매입으로 주주환원…"특정인 지분 및 지배력 강화 속내"
이 기사는 2024년 05월 16일 17시 45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고려아연 1500억원 규모 자사주 매입 및 소각 주요 쟁점. (그래픽=이동훈)


[딜사이트 최유라 기자] 고려아연의 1500억원 규모 자사주 매입이 영풍과의 또다른 갈등 화약고로 떠올랐다. 고려아연이 임직원 보상과 주가 부양을 위해 자사주 매입한다는 입장인 가운데 영풍 측은 임직원 보상용으로 자사주를 활용할 경우 특정인에 대한 지배력이 높아진다며 반발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장 고문을 비롯한 장씨 일가의 지분은 총 32.1%(671만3921주)에 달한다. 고려아연의 2023년 결산 배당은 주당 5000원으로 이들이 수취한 배당수익은 336억원으로 파악된다. 배당금 총액 1040억원에서 32%를 차지한다. 


장씨 일가는 과거 고려아연 유상증자로 희석된 지분을 회복할 목적으로 배당을 통해 거둬들인 재원을 다시 고려아연 주식을 사는 데 투입하고 있다. 지난 수년간 이 같은 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한 고려아연은 배당으로 장씨 일가에 과도한 현금이 들어가는 것보다 자사주 매입 및 소각이 주주가치 제고에 효과적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실제 고려아연은 2000년대 들어 자사주를 매입한 후 10여년 이상 소각하지 않고 가지고 있다가 2022년 LG화학, ㈜한화 등과 맞교환해 전량 처분한 바 있다. 이어 지난해 1000억원 규모 자사주 매입 및 소각 계획을 발표한 데 이어 최근 1500억원을 투자해 추가로 매입 계획을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장형진 영풍 고문이 개인회사를 앞세워 고려아연 지분을 매입하고 배당금을 너무 많이 가져가고 있다"며 "고려아연이 주주환원 정책을 소홀히 할 순 없다 보니 주가부양을 위해 자사주를 매입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문제는 고려아연의 이 같은 결정에 최대주주인 영풍이 강한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는 점이다. 일단 고려아연이 자사주 매입 후 소각 비율, 임직원 지급 대상과 규모, 지급 기준 및 시기 등 구체적인 계획을 밝히지 않은 것을 두고 특정주주 지배력을 강화하는 데 악용하려는 목적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아직 결정된 것은 아니지만 고려아연이 양도제한조건부주식(RSU)으로 자기주식을 지급하면 특정 주주의 지분율을 높이는 데 활용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여기서 특정 주주는 사실상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을 겨냥한 것이다. 양측의 경영권 갈등이 장기화하는 상황에서 RSU 지급으로 최씨 일가의 지분율이 확대될 가능성을 경계하는 모양새다. 


영풍 측은 "고려아연이 이번에 매입을 결정한 자기주식도 RSU와 같은 방식으로 현 경영진의 지분율 확대 및 우호지분 확보 수단으로 쓰일 우려가 다분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임직원 평가 보상을 위한 자사주 매입 결정을 철회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 중이다. 


하지만 고려아연은 계획대로 1500억원어치의 자사주를 매입하고, 이중 1000억원은 소각하고 나머지 500억원은 임직원 보상제도로 운영할 방침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유통 주식 수가 적은 탓에 한꺼번에 1000억원 이상을 들여 자사주를 매입하긴 어렵다"며 "자사주 매입까지 시간이 좀 걸릴 수 밖에 없는 상황으로 임직원 보상방안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이 정해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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